생활환경

 

“어휴, 속이 끓는다, 끓어. 저런 나쁜 놈들! 어떻게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장난을 치냐. 그럼, 난 지금까지 저놈들의 쓰레기를 처리해 준 쓰레기통이었단 말이야. 저런 놈들은 평생 저 썩은 만두 속만 먹게 해야 돼. 도대체 무얼 먹고 살란 말이야.”며칠 전 야근하는 터에 근처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켰는데 서비스음식으로 노릇노릇한 군만두가 나오더군요. 하지만 나온 군만두를 냉정히 외면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배고프니까 맛있게 먹었을 텐데 말이죠.

 

‘쓰레기 만두’. 이것 때문에 지금 이 사회에서는 온 국민의 분노가 식을 줄 모릅니다. 썩은 무와 자투리 단무지로 불량 만두소를 만든 문제의 업체들이 단무지 만두소 유통량의 75%를 공급했다고 하니, 그동안 국민들은 일명 이 ‘쓰레기 만두’를 엄청 먹어온 것입니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영화 ‘올드보이’를 패러디해 주인공 최민식이 15년 동안 갇혀 지내면서 군만두만 먹은 풍자내용을 합성사진과 함께 인터넷사이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절묘하게 주인공이 15년동안 먹은 음식이 군만두였고, 복수를 위해 내놓은 카드에는 ‘만두 소 만든 자식 찾으러 왔소’라는 글이 적혀 있어 네티즌들의 마음을 크게 동요시켰나봅니다. 이 합성사진은 엄청난 클릭수에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가 수많은 게시판을 장식했습니다.

 

이렇게 라도 하면 끓어오르는 속을 삭일 수 있을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왜 자꾸 일어나고 있는지 참 답답하기만 합니다.

 

쓰레기 만두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 소비자들의 명단공개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10일 오전 11시 30분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기자회견에서 불량 만두소를 제조 유통·판매한 업체 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식약청이 올해 2월까지 불량 원료를 사용해 만두를 만든 것으로 확인한 업체는 12개사. 특히 이번 점검에서 99년부터 2002년 이전까지 불법 만두소를 구입·사용해 만두를 제조한 적이 있는 6개의 제조업소가 추가 적발되었습니다.

 

적발업소에는 쓰레기 만두를 납품받아 판매한 대기업 CJ도 있었습니다. 정확히 CJ 냉동식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자회사 (주)모닝웰(구 제일냉동식품)이 명단에 포함되었습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불안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최근 햄이나 소시지에 아질산염이 과다함유된 제품들 중 CJ 제품이 가장 높은 수치와 비율을 가지고 있는 사실과 맞물려 대기업의 ‘소비자 건강과 안전 무시’ 태도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것이지요.

 

CJ 모닝웰 제품은 ‘무방부제’를 표방하며 차별화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날 제일냉동식품 시절 두 차례나 문제의 만두속을 사용했습니다. CJ는 “문제 발견 이후, 공급을 중단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당시 자사의 만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히지도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었던 바, 다시 한번 소비자의 생명안전을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한편, 서울환경연합은 10일 오전 11시 식약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쓰레기 만두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이 거세지기 시작하자
이제서야 제조 및 유통·판매한 업체 명단을 공개하는 식약청의 처사는 뒷북치기식 행정이다. 언론보도 이후 국민들이 한 달이나 더 쓰레기
만두를 먹게 한 뒤 발표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항의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식품안전사고에 ‘무엇을 믿고 선택해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는 서울환경연합 벌레먹은 사과팀 이지현 국장은 “‘법적기준치를 지켰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대기업이 소비자의 건강도 안전도 무시한 채 ‘만두 수입금지’라는 국가적 망신까지 불러 일으켰다.”며 목소리 높여 비판했습니다.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CJ백설만두’등 냉동포장만두를 뜯어서 식약청 앞에 뿌리고 발로 밟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쓰레기인 더 이상 상할 것도 없는 ‘불량만두’를 식약청 간판을 향해 던져 버렸습니다.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그동안 서민음식 ‘만두’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물만두, 군만두, 야채만두, 고기만두… 그 종류도 다양해 자신의 입맛에 따라 손쉽게 요리해 먹으면 밥 대신 먹는 데 그만이었죠. 그래서인지 이번 쓰레기 만두 사건은 머리 속에 이런 문장만 맴돌게 합니다. ‘무엇을 먹으란 말이야?’

이 말은 “우리 사회 식품안전에 빨간 불이 켜진지 이미 오래야.”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직도 식품 후진국이라는 소리를 들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불량식품’, ‘불량제조업체’ 이야기가 속을 태울 때마다 우리는 사회의 현실을 비난하겠지요.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의 밥상이 불안과 불량재료로 오염되지 않도록 식품관련법안과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번 사건에 해당된 업체는 제품의 제조 및 유통·판매를 중단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본의 아니게 전국민을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만들었으니까요.

더 나은 삶, 깨끗한 이미지로 승부했던 대기업 CJ 등도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제품, 소비자의 생명안전을 고려하는 제품을 생산·판매하겠다는 기업윤리의식을 재고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이라도 기업의 안위를 위해 소비자를 허망하게 만드는 ‘불량사태’를 벌이지 않도록 말입니다.

 

 

글/ 조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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