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분홍빛 소시지의 기억어린 시절 친구의 도시락에 담긴 분홍색 소시지는 나에게 부러움이었다. 분홍색 소시지에 노란 달걀을 입혀 놓은 그 부러운 반찬은 간혹 특별한 날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하교 길 학교 앞에서 용돈을 모아 오랜만에 산 핫도그 안에 들어있었던, 제조회사도명확하지 않았을 그 소시지도 나에게는 귀하디귀한 것이어서 소시지를 둘러싸고 있는 밀가루 빵을 다 먹고 나서야 아껴서 먹는 그런 음식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이십여 년 세월을 넘어선 지금 식생활 문화는 이십여 년의 세월의 몇 곱절 넘는 급격한 변화의 고개를 넘어 이제 햄이나 소시지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흔한 음식이 되어 버렸다. 명절이면 부담 없는 선물로 햄이나 참치 선물 세트가 판매되고 집에 쌓여 있는 통조림은 맞벌이 부모를 둔 자녀가 쉽게 꺼내 밥반찬으로 활용하는 메뉴가 되었다. 이제 우리의 식탁은 밥과 채소류를 주요 식단으로 하는 전통적인 식생활 문화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빵과 고기로 대표되는 미국식 음식문화가 채우고 있고, 패스트푸드의 급격한 확산과 감미료 등에 길든 우리 아이들의 입맛은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더욱이 이 음식 대부분이 가공식품이고 보면 우리 아이들이 하루에 섭취하게 되는 식품 첨가물의 양은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품첨가물들은 이름부터 생소할뿐더러 유해성에관한 정보는 소비자에게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아 제조회사에서 만드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식생활의 현실이다.

 

햄과 소시지, 식품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서울환경연합은 식품첨가물의 하나인 아질산염의 유해성 및 잔존량 검사를 시중판매되는 30개 육가공품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그 결과 몸무게가 적게 나갈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경우 그 위험성이 특별히 심각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질산염은, 소시지·햄·베이컨 같은 육가공품을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고기의 선홍색을 유지하는 발색제. 착색제가 색깔을 내기 위한 첨가물이라면 발색제는 그 색깔을 유지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햄이나 소시지의 원래 색깔은 대체로 하얗다고 보면 된다. 이는 집에서 고기를 삶거나 찌게되면 보이는 색깔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햄이나 소시지 같은 육가공품에는 선홍색을 내기 위한 착색제와 이 색을 유지하고 선명하게 하기위한 발색제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 발색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아질산염이다.

그리고 식중독균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아질산염이 단백질의 주요 성분인 아민과 결합하여 발암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을 생성한다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방부제로 사용하는 솔빈산 및 솔빈산염과 혼합하여 열을 가하거나 산성의 상태로 되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작용물질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아질산 화합물의 대량섭취는 혈관확장과 메트헤모글로빈 형성을 일으키고, 혈액의 효소운반능력을 저하시킨다. 그 양이 적을 경우는 메트헤모글로빈 환원효소에 의해 헤모글로빈이 되어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지만, 다량의 경우는 혈구를 붕괴하여 혈색소는 혈장 중, 그리고 소변 중에 출현하고 또 뇨세관을 폐색시키며 특히 유아의경우는 메트헤모글로빈 환원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종의 혈액독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 인용).

 

이렇듯 아질산염의 위험성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식량농업기구에서는 몸무게 1kg당 하루 최대 섭취 허용량을 0-0.06mg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식품첨가물의 기준을 정하는 주관 부서인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적용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대입시켜 보면 몸무게가 20kg 어린이의 경우 하루에 섭취를 허용할 수 있는 아질산염의 총량은 1.2mg(0.06×20kg)이다.

문제는 육가공품의 아질산염 사용기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육가공품의 아질산염 사용기준은 1g당 0.07mg으로 이 경우 25g의 햄 속에는 최대 1.75mg(0.07×25g)까지 아질산염이 첨가될 수 있게 된다. 몸무게 20kg인 어린이가 한 조각(25g기준)만 먹어도 하루최대섭취허용량을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하루 섭취 허용량은 1.2mg이지만 햄 한 조각에 해당하는 25g안에는 최대 1.75mg의 아질산염이 들어있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꼴이다.

 

언제까지 아질산염을 허용할 것인가

서울환경연합이 시중에서 유통 판매 중인 20여개 육가공품에 대한 아질산염 잔류량 검사를 실시한 결과는 심각하였다. 아질산염 잔류량이 1g당 0.05mg을 넘는 제품은 조사 품목 중 25%에 이르렀으며 더욱이 0.03mg 이상을 첨가하였음에도 제품 겉면에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제품도 발견되는 등 식품 안전의 문제가 시급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한두 조각 섭취만으로도 섭취허용량을 쉽게 초과하는 상황에 우리 아이들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 식생활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약청은, 소비자들에게 소시지 한개만 먹어도 식생활안전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내용의 식품첨가물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아질산염 사용기준은 그대로 두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이해하기 힘든 행정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제품에 첨가물 사용량 표기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소비자는 식품안전의 무방비상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질산염은 특별한 작용을 한다기보다 그야말로 육가공품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넣는 식품첨가물이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위험 요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첨가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아질산염이 부가적인 작용을 하는 ‘식중독균 억제’의 문제는 철저한 위생 관리 및 유통기한 단축 등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면 된다. 각 육가공품 제조회사에서는 관리 기준만 따를 것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자율적으로 아질산염 첨가를 금지해야 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아질산염에 대한 사용 기준을 조속히 현실화시켜야 할 것이다.

 

아질산염에 대한 서울환경연합의 발표이후, 식약청은 제조업체의 눈치만 살피고 있으며 제조업체에서는 사용기준을 지켰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그 자리에서 죽지만 않으면, 또는 큰 병을 얻어 입원할 정도가 되지 않으면 문제될 것 없다는 식품 제조업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우린 언제까지나 이대로 두고 보기만 할 것인가?

 

 

 

 

글/ 서울환경연합 벌레먹은 사과팀 오유신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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